미륵사지에서 출토된 식물성 면을 우리 역사에서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이 책은 한국 고대 목면과 향료를 중심으로 당시의 바닷길을 중심으로 한 무역 즉, 고대 바닷길을 개척하고 교류하는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목면은 의생활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고대의 옷감과 신라의 의생활을 다루고, 목면의 전래 루트를 밝히고자 하였다. 고구려의 백첩포는 중앙아시와의 교류를 통하여 고분벽화에 보이는 각종 서역문물과 함께 육로를 통하여 전래된 것이지만, 백제의 식물성 면은 새로운 바닷길을 개척함으로써 가능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신라의 백첩포는 일본에 전래된 목면을 9세기 신라상인들의 교역을 통하여 신라에 들여와 직조한 것이었다. 향료는 본래 불교의 전래와 함께 들어 왔지만 일종 신약과 같은 존재였다. 따라서 향료는 부처님의 공양품으로서 기능하기도 하였지만 의학기술의 발전과 흐름을 같이하는 것이었다. 8~9세기 무렵 향료가 신라의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 정도에 불과하였지만, 약재로서 뿐만 아니라 안료와 염료, 향분(화장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향료의 활용은 결국 신라산 약재를 자체 개발하게 하였거니와, 9세기 중엽에는 당나라 강남도의 동서교역의 현장에 주요 신라 산물로서 이를 매매하기도 하였다. 9세기 재당신라상인으로 대표되는 이들의 활약은 장보고를 승계하여 동서교역의 루트를 신라, 일본으로 이어지는 바닷길로 연장하였던 것이다. 바닷길을 통해 목면과 향료의 교류와 유통에는 서역 기술의 전래와 새로운 종교, 사상, 정치 제도의 수용과정이 포괄되어 있다. 그것은 일방적인 전수과정이 아니며 상호 주고 받는 교류와 소통의 과정이었다. 이러한 길은 처음에는 육로를 통하였지만, 삼국의 역사가 진전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소통과 교류의 길로서 바닷길이 개척되었고, 마침내 우리 고대문화의 동력으로서 기능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