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인한일관계연구총서 13 |
조선통신사, 타자와의 소통
손승철(孫承喆) 저
26,000원
26,000원
판매중
경인문화사
양장
152*224mm(A5신)
322쪽
2017년 9월 15일
9788949942858
책 소개
21세기가 시작되는 2000년 1월, 한일양국에서는 한일관계의 새천년을 만들어 가기를 굳게 다짐했다. 그 첫 번째 사업으로 2002년에 월드컵을 공동주최했고, 2005년에는 한일우정의 해를 약속하면서 새천년의 원년을 삼자고 했다. 그러나 그해 초에 일본 시마네현[島根縣]에서는 이른바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했고, 문부과학성에서는 극우파의 역사교과서를 원안대로 검정 통과시켰다. 결국 ‘우정의 해’는 空約이 되고 그야말로 빛 좋은 개살구가 되어버렸다.

더구나 한일수교 50주년이던 2015년에 양국정상은 회담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두 나라 관계는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하루 1만 명 이상이 오가는 시대에 한・일 두 나라의 역사시계는 거꾸로 가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불협화음은 두 나라가 지난 2천 년간 쌓아온 역사적 경험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한심한 일이다. 모두 역사에 대해 무지하고 무관심해서 비롯되는 상황이다. 이제라도 지나 온 역사를 제대로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갈수록 악화되는 한일 관계를 개선할 실마리는 바로 역사 속에 정답이 있기 때문이다.

2010년 ‘국권침탈 100년’을 맞아 KBS와 NHK에서는 지난 2천 년간 한일관계의 일면들을 소재로 특집방송 ‘한국과 일본’을 제작했다. 아쉽게도 공동제작은 하지 못했지만. 이때 나는 마치 조선통신사가 된 기분으로 두 방송국을 오가며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두 방송사 제작진의 마음이 하나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숙주가 유언한 것처럼 한국과 일본은 ‘공존’해야 한다. 그러나 한일 양국이 공존을 위해서는 역사인식의 ‘공유’가 전제가 되어야 하고, 미래에 대한 ‘공생’의 비젼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양국은 어떤 경우라도 서로 소통해야 한다. 역사의 답은 조선시대의 한일관계에 있다고 나는 감히 선언하고 싶고, 이 책들을 발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선시대 5백년간의 한일관계를 돌아보면서 느끼는 바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우호와 적대는 별개가 아닌 한 몸’이라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적대적인 상대라도 관계를 끊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상대가 그런 나라로 느껴질수록 적극적, 능동적으로 관계해야 한다.

조선에서는 일본에 대해 적대를 적대로 되갚지 않고 조선이 주도하는 交隣 정책으로 약탈을 공존으로 바꾸고, 전쟁을 평화로 바꾸었다. 한국에게 일본은 여전히 ‘가깝고도 먼 나라’이며 ‘멀고도 가까운 나라’이다. 일본이 한국에게 멀게 느껴지는 때일수록 교린의 의미를 되새기며 먼저 나서보자.

이 책은 지난 30년간 한일관계사를 공부하면서, 그동안 썼던 글을 재구성하여 출간한 6권 중 한권이다. 여섯 권의 책은 세 그룹으로 구분했다. 한 권은 본인의 박사학위 논문이고, 세 권은 조선시대 한일관계사의 여러 모습을 조명한 것이며, 나머지 두 권은 현재 한일관계의 현안이 되고 있는 주제를 다루었다.

세분하면 한 권은 <조선시대 한일관계사 연구, 교린관계의 허와 실>이고 세 권은 <조선전기 한일관계, 약탈과 공존>, <조선후기 한일관계, 전쟁과 평화>, <조선통신사, 타자와의 소통>이다. 나머지 두 권은 <독도, 그 역사적 진실>, <한・일 역사교과서, 왜곡과 인식의 공유>이다.

내용을 요약하면, 제1권은 박사학위논문 <조선후기 대일정책의 성격 연구>를 증보한 책이다. 이 책의 키워드는 ‘中華的 교린체제에서 脫中華로’이다. 조선의 대일정책의 기본 틀은 交隣이었는데, 교린의 구조와 성격을 밝힌 글이다. 누차 하는 이야기지만 한국과 일본의 숙명적 관계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 두 나라의 관계는 역사 이래 그래왔고, 현재에도 그러하며 또한 미래에도 그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쩌면 두 민족의 역사는 서로가 서로의 ‘關係’를 어떻게 정립하는 가에 따라서 결정된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제1권에서는 조선이 일본에 대해 5백년간 취했던 관계의 형태를 交隣으로 되짚어 본 것이다.

제1권은 2006년에 ‘경인한일관계 연구총서’로 이미 발간하였다.

제2권은 조선전기의 한일관계인데 부제가 ‘약탈과 공존’이다. 부제를 이렇게 붙인 이유는 한일관계는 왜구의 약탈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일관계의 쟁점은 이 약탈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 가느냐 였고, 그것은 공존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지향하고 있었다.

제3권은 조선후기의 한일관계를 다루었다. 조선후기 한일관계는 임진왜란으로부터 시작되었다. 7년간의 전쟁이 끝난 후, 한일관계의 쟁점은 전쟁을 마무리 짓고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결국 전쟁을 평화로 바꾸어 가는 것이었다. 평화를 추구하려는 여러 모습을 관계 속에서 투영하고자 했다.

제4권은 조선통신사를 키워드로 양국 간의 갈등을 소통과 통섭으로 풀어가려고 했던 노력을 살펴보았다. 조선통신사는 한일 양국이 함께 연출한 성숙한 국제인식의 표현이다. 그점에서 통신사의 개념과 연구사는 매우 중요하다. 아울러 조선인의 국가관과 대외인식을 통하여 조신인은 일본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었는가를 <海東諸國紀>와 각종 <使行錄>들을 통해 타자와의 소통과 교린관계의 실상과 허상을 그려보고자 했다.

제5권과 제6권은 한일관계의 현재적 관심이라는 측면에서 양국의 최대 현안인 ‘독도’와 ‘일본역사교과서’의 왜곡문제를 다루었다.

제5권에서는 조선시대 사람들은 독도에 대하여 어떻게 인식했고, 또 어떠한 영토인식을 가지고 있었는가를 살펴보았다. 특히, 신라장군 이사부와 우산국, 조선인의 도서인식과 경계인식, 안용복사건, 수토사문제 등을 통해 검토했다. 독도 영토주권 확립과 수호에는 여러 측면의 노력이 필요하다. 영토주권의 문제를 한일관계사 연구자로서 접근한 논문으로 매우 유효한 글들로 생각한다.

제6권에서는 일본 역사교과서의 왜곡 실상과 개선을 위한 노력을 살펴보았다. 먼저 2002년 역사왜곡문제의 기폭제였던 扶桑社발행 교과서와 自由社발행 교과서의 중・근세 분야의 왜곡 내용을 분석하였고, 이어 중・근세 분야 쟁점사항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했다. 그리고 일본의 역사왜곡의 사적 전개과정과 양국의 교과서문제 개선을 위한 노력을 소개했다.

역사교과서의 서술은 한국에서도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특히 한국의 대외관계사를 전쟁사나 국난극복사로 간주하는 범주에서 벗어나 세계화와 국제화에 부응하여 외부 세계와 교류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하는 역사상을 구현하는데 매우 필요한 분야이다. 그러한 문제의식에서 한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현행 중・고등학교 검인정 역사교과서의 조선시대 대외관계분야 서술을 분석하여 문제점과 개선책을 제시하였다. 이 논문들이 양국인의 올바른 역사인식과 역사교육을 위한 기본 자료로 활용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위의 6권이 조선시대 한일관계사의 전모를 밝힌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평소에 點의 역사가 線을 만들고, 線의 역사가 面을 만들어 역사의 實像을 그려간다는 생각으로 엮은 책들이다. 전적으로 나의 주관적인 생각에서 조선시대 한일관계의 주요한 키워드를 약탈, 교린, 공존, 전쟁, 평화, 통신, 배신 등으로 설정하고, 이것을 점으로 삼아 선을 만들고 면을 만들어 조선시대 韓日關係像을 그리고자 했다. 그러나 이 글들 만으로 조선시대 한일관계의 모습을 그려내는 건 아직 요원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연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비록 편린이기는 하지만 조직검사를 통해 몸의 상태와 병명을 밝혀내듯이 나름대로의 진단은 가능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다.

이 책은 제4권 <조선통신사, 타자와의 소통>이다.

이 책에서는 모두 9개의 논문을 3편으로 나누어 편집했다.

제1편, ‘해동제국기의 세계’에서는 조선시대 전 기간에 걸쳐서 일본관계의 전범이었던 <해동제국기>를 통하여 조선왕조의 대일 외교시스템이 어떠한 구조와 틀 속에서 누구를 상대로 전개되는 가를 살펴보았다. 또한 조선후기의 대표적인 일본지인 <화국지>와의 비교 분석을 통하여 전기와 후기 대일인식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서술했다. 나아가 조선시대 사람들의 국가관과 대일 인식이 조선시대 전 기간을 통해 어떠한 특징과 변화를 나타내는가를 살폈다.

제2편, ‘조선통신사의 역사적 상징성’에서는 우선 조선통신사의 개념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1428년 박서생 통신사는 信義를 통하는 교린을 실천하는 최초의 통신사며 통신사의 정례화는 1439년 고득종 통신사 때부터 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1607년, 1617년, 1624년 3차례의 회답겸쇄환사는 통신사와 구분해야 한다. 아울러 개항이후의 修信使도 통신사 개념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해야 한다. 이어서 한일양국에서의 통신사연구의 현황을 살펴보았다. 조선시대 한일양국이 통신사를 통하여 외교적인 현안을 해결했고, 그 결과 선린우호관계를 지속했다는 점에서 통신사연구는 현재의 한일문제를 해결하는데 시사점이 크다.

또한 ‘17~8세기, 한중일 문인교류의 실상과 허상’을 통해 자문화중심의 사상적 조류가 각기 어떠한 사상적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自와 他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가. 그러한 인식속에서 연행사와 통신사를 통한 지적교류의 한계는 무엇일까를 중화와 탈중화의 경계에서 비교 분석했다.

제3편, ‘조선통신사, 기록과 소통’에서는 먼저 임진 직후 사명대사의 외교적인 역할을 통해 한일관계가 전쟁의 관계에서 평화의 관계로 전환되어 감을 살펴보았다. 탐적사로서의 역할과 대일 강화조건의 제시와 이행은 해방이후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갈등을 빚고 있는 오늘에도 유의미하다. 또한 임란 당시 일본에 끌려간 민간 피로인의 쇄환은 전쟁이 끝난 지 60년이 지난 1655년까지 계속되었다. 그러나 피로인의 수나 피랍경위, 피랍생활, 쇄환경로 그리고 조선정부의 쇄환대책과 한계 등 연구가 별로 없다. 끝으로 조선시대 일본 사행기록 43편 가운데 시기별로 4편을 선정하여 통신사 내지는 조선인의 일본인식을 ‘화이관’의 잣대를 가지고 검토했다. 그 이유는 현대 한국인의 일본인식에 혹 이러한 편견은 없는지 되짚어 보기 위함이었다.

이 책에 실린 논문들은 이미 각종 학술지에 수록된 글들을 재구성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 논문이 처음부터 한권의 저서로 기획된 것도 아니다. 그래서 수록된 논문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지는 않는 점이 있고, 또한 중복 서술된 부분도 있으나 각 논문의 이해를 위해 그대로 수록했음을 양해해 주기 바란다.

제1편 <해동제국기>의 세계
제1장 <해동제국기>의 사료적 가치 재검토
(<한일관계사연구> 27, 2007.8)
제2장 <해동제국기>와 <화국지>를 통해 본 일본의 표상
(<인문과학연구> 30, 2011.9)
제3장 조선시대 한국인의 국가관과 일본인식
(<한일상호인식과 선린의 길>, 2016.4)

제2편 조선통신사의 역사적 상징성
제1장 조선통신사 개념의 재검토(<조선시대사연구> 27, 2003.12)
제2장 조선통신사 연구의 회고와 전망(<한일관계사연구> 16, 2002.4)
제3장 17~8세기, 한・중・일 문인교류의 실상과 허상
(<제2회 한중역사가포럼>, 2014.11)

제3편 조선통신사, 기록과 소통
제1장 송운대사 대일사행의 외교사적 의미(<한일관계사연구> 21, 2004.10)
제2장 조선통신사의 피로인 쇄환과 그 한계(<전북사학> 42, 2013.4)
제3장 외교적 관점에서 본 통신사 기록의 허와 실
(<한국문학과 예술> 2, 2008.9)

이 책들을 내기까지 많은 분들의 은혜를 입었다. 故 백종기 선생님과 부모님, 각종 자료와 답사를 가능하게 해주신 여러분들, 故 田中健夫, 北島万次, 村井章介선생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한일관계사학회 여러 동학, 東京大學과 九州大學의 朝鮮王朝實錄輪讀會 회원들, 강원대학교의 선배 동료 교수님들, 그리고 제자들, 특히 ‘처음처럼 영원히 - 長毋相忘 -’에 글을 써준 분들께 감사드린다. 무엇보다 40년을 뒷바라지 해주는 아내 선옥, 아들 민규, 손녀딸 시아, 아우 승구와 승태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끝으로 학회논문집 <한일관계사연구>, <한일관계사료집성>, <경인한일관계연구총서> 100권을 발간해주고 있는 경인문화사 한정희대표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는 부친 한상하회장님과 더불어 한국학과 한일관계사의 출판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앞의 모든 분들과 함께 한국과 일본이 교린의 새 천년을 열어갈 것을 기원한다.
목차
■ 프롤로그

제1편 <해동제국기>의 세계
제1장 <海東諸國紀>의 사료적 가치 재검토
제2장 <海東諸國紀>와 <和國志>를 통해 본 일본의 표상
제3장 조선시대 한국인의 國家觀과 日本認識

제2편 조선통신사의 역사적 상징성
제1장 조선시대 통신사 개념의 재검토
제2장 조선시대 通信使硏究의 회고와 전망
제3장 17~8세기, 한・중・일 문인교류의 실상과 허상
- 中華와 脫中華의 경계에서 -

제3편 조선통신사, 기록과 소통
제1장 송운대사(사명당) 對日使行의 외교사적 의미
제2장 조선통신사의 피로인 쇄환과 그 한계
제3장 외교적 관점에서 본 조선통신사, 그 기록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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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손승철(孫承喆)
1952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고, 성균관대 사학과를 거쳐 동 대학원에서 <조선시대 한일관계사>를 전공하여 박사를 받았다. 일본 홋카이도[北海道]대학, 도쿄[東京]대학, 규슈[九州]대학에서 연구했고, 1981년부터 강원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17년 정년퇴직하고 명예교수로 있다.
한일관계사학회를 창립했고,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 총간사, 동북아역사재단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10년 넘게 전국 교사 및 대학생들을 인솔하여 조선통신사의 옛 길을 답사하고 있으며, 이 책은 그 성과를 집대성한 것이다.
저서로 『조선시대 한일관계사연구』, 『조선통신사』 외에 10여 권이 있으며, 사료집 『한일관계사료집성』(전32권)과 70여 편의 논문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