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간 늘 학생들과 생각을 공유하며 곁에서 지도해 주시던 김인걸 교수님께서 어느덧 정년을 맞이하셨습니다. 세월의 무상함이 새삼 엄습해 오는 일상의 사건을 계기로, 그 동안 교수님께 도움을 받았던 후배와 제자들이 모여 교수님과 함께 하나의 책을 엮어보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여럿이 머리를 맞대고 상의한 끝에,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책, 우리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를 담은 책을 만들어보자는 안이 가장 많은 이들의 환영을 받았습니다. 더불어, 글의 전체적인 방향에 있어서는 교수님께서 늘 강조해 오신 ‘자료’의 중요성이야말로 연구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것이기에, 각자가 검토한 자료를 연구에서 어떻게 활용했는지 소개하는 글들을 책에 담기로 하였습니다.
연구 과정에서 자료를 통해 각자가 전달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은 당연히 모두 제각각일 것입니다. 이 자리에서는 그것들을 하나의 일관된 이야기로 정리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책을 꾸리게 된 필진들의 연구 영역도 제각각이지만, 동시에 모두가 각자 나름의 생각과 관점을 지니고 있는 개성 있는 연구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다양한 생각과 관점을 굳이 하나의 방향으로 모으려 애쓰지 않은 것은 교수님의 평소 지도 철학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공부하고 있는 역사 연구의 풍부하고 확장된 모습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자료의 내용을 중심으로 그것이 담고 있는 이면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다면 더욱 좋았겠습니다만, 우리들의 접근이 충분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름의 한계가 있다하더라도 자료를 이용하여 역사를 연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각자의 고민들을 담아 보려 하였습니다. 비록 수준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교수님을 포함하여 우리는 언제까지나 현재 진행형의 연구자입니다. 짤막한 글에 그간의 작업을 모두 담을 수야 없는 일입니다만, 필자들은 각자 책에 실을 글을 준비하면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그 동안의 연구생활을 되돌아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이러저러한 경험들이 이제 막 역사 연구에 발을 들이는 후배들에게도 자그마한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체계적인 안내서는 아닐지라도 조금 먼저 시작한 선배들의 경험이 때로는 경계가, 혹은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책에 담아 보았습니다. 미흡한 책이지만 오늘 우리의 이런 고민과 소망이 독자 여러분께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목차
책을 내며
글 쓰며 산다는 것-<나의 자료 읽기, 나의 역사 쓰기>에 부쳐∥김인걸(金仁杰)
01 고려인의 눈과 조선인의 눈-<고려사> 식화지의 두 가지 시선∥이민우(李民友)
02 뻔한 사료의 새로운 읽기-정도전의 경복궁 전각명 기문∥장지연(張志連)
03 조선 전기 왕실의 토지 경영과 <조선왕조실록>∥양택관(梁擇寬)
04 정치사 자료의 이면 읽기-안로(安璐)의 기묘사림 저술과 그 다층적 함의∥송웅섭(宋雄燮)
05 「학교모범(學校模範)」 다시 읽기∥김영인(金映印)
06 율곡 이이가 <경연일기(經筵日記)>를 남긴 까닭은?∥김경래(金慶來)
07 「인조교서(仁祖敎書)」와 척화(斥和)의 시대∥허태구(許泰玖)
08 왜정자문(倭情咨文)을 통해 본 외교문서의 액면과 진의∥김태훈(金泰勳)
09 역사 속의 논쟁 읽기-조선 현종대 국가(國家)-가(家) 관계에 대한 인식∥이민정(李敏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