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인한국학연구총서 138 |
조선후기 실학자의 풍수사상
유기상 저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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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중
경인문화사
양장
152*224mm(A5신)
298쪽
2017년 2월 28일
9788949942551
책 소개
환갑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책은 박사학위논문 “호남파 실학자의 풍수인식과 풍수생활 : 황윤석, 위백규, 신경준을 중심으로”를 읽기 쉽도록 약간 손질한 것이다. 왜, 호남, 실학자, 풍수를 화두로 들었을까? 방장산 덕분이다.

필자의 고향은 전북 고창이다. 호남 삼신산의 으뜸인 방장산 아래 운중반월 형국에, 방장산, 장군봉, 옥녀봉으로 둘러싸인 산정마을이다. 산정, 월산, 석정, 월암, 외정, 수월마을이 옹기종기 어울려 사는 곳, 고창읍의 물머리라서 상면이라고도 불렀다. 오늘의 나를 길러준 고향산천, 생각만으로도 언제나 가슴이 따뜻해지는 운중반월 우주는 호남정맥 영산기맥 양고살재(일자문성)에서 해가 떠서 옥녀봉으로 해가 지는 사방이 산으로 유정하게 감싸주는 작은 우주였다. 어릴적 철들면서부터 할아버지와 함께 생활한 필자는 ‘박주부신의주’ 명당이야기를 들으며 컸다. 비록 물질적으로는 가난했지만, 불평불만 하는 이 하나 없이 모두가 마음부자들이어서 서로 돕고 나눠먹고 울력하며 함께 살던 천국이고 낙원이었다.

그러나 이곳 고향마을이 ‘옥룡자유세비록’에 나오는 전설의 풍수명당 운중반월이라는 것은 공부를 한참하고야 깨우쳤다. 방장산, 옥녀봉, 장군봉이란 산이름 조차도 풍수열쇠 없이는 뜻을 제대로 풀 수 없다. 우리 동네 초등학교 가는 통학길에 있던 성황당길 얕으막한 능선이 옥녀봉 선녀님의 가야금이었던 것이다. 이곳의 여섯 마을들은 구름속의 반달을 딴 달월자月를 쓴 동네 셋, 물가정자汀를 붙인 동네 셋을 조화시켜 땅이름으로 월자와 정자의 문자비보로써 산태극수태극 모양으로 만들고 한가운데 흐르는 물이름이 운월천雲月川이었다. 눈 뜨고 보니, 이곳이 우리 선인들이 만드신 풍수상의 이상국가였던 것이다. 필자는 이 풍수미학을 널리 알리기 위해 고창 마실길을 열면서 양고살재에 새로 지은 정자이름을 운월정으로 작명하였다.

땅이름의 조화 덕분에 초등학교 시절 동무들과 축구시합을 하거나 편을 갈라야 할 때면 우리는 약속처럼 늘 월자, 정자 편으로 갈랐다. 월자 동네가 셋, 정자 동네가 셋이니 항상 균형이 잘 맞기 때문이다. 이 땅에 터잡고 사는 성씨들도 한결 같이 운중반월 길지를 찾아 세거지를 삼은 것이다. 외정, 월암마을의 조양임씨, 석정, 월산, 월암의 창녕조씨, 산정의 김해김씨, 광산김씨, 강릉유씨, 수월의 직산조씨 등은 모두 운중반월 명당터에서 가문번영을 꿈꾸며 입향한 것이었다. 풍수의 창으로 바라보니, 내고향 운중반월 형국은 참으로 아름다운 하늘과 땅에 역사와 사람의 무늬가 새겨진 우주였다. 풍수의 눈이 아니면 읽을 수 없는 한국문화의 심오함과 아름다움이 아닐까?

필자는 공직의 상당부분을 문화유산 활용, 한류의 산업화, 문화입국이란 화두를 붙들고 문화현장에서 일했다. 필자의 문화현장 경험상으로도 한국전통문화를 올바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풍수가 필수 교양과목이었다. 천지인이 합일상생해야 한다는 하늘그물망의 풍수사상은 영원한 생명력을 가진 빛나는 한국의 문화유산이자 사상이다. 그럼에도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일천년 관학인 풍수학이 미신으로 술수로 내쳐진 적이 있었다. 그런 탓인지 유학자, 실학자 연구에서도 이른바 풍수나 잡학은 소외된 영역이었다. 실학연구에서도 호남파 실학자 연구는 근기학파에 비해 응달진 곳이었다. 우리의 아름다움은 천지인 합일의 조화와 어울림에서 비롯한다. 그동안 햇볕을 덜 본 곳을 돌아보는 일이 아름답다고 여겼다. 공직수행을 위해 공부한 행정학, 법학을 거쳐서, 하고싶은 공부인 문사철에 입문하여 늦깍이로 도전한 역사학에서 남들이 덜 찾은 곳을 찾다보니 풍수학과 호남실학자를 만났다. 아마도 나의 기와 맞았으리라. 나는 문사철 공부에서 정혈을 할 수 있을까?

이교구류에 달통한 삼천재의 풍수사상을 좆는 길은 어렵고 험한 길이었다. 이 구산의 길목에서 주산이 되어주시고 때로는 유정한 좌청룡 우백호가 되어서 초학자의 학문의 길을 감싸주신 여러 학은에 감사한다. 필자는 방송대에서 독학을 한 덕분에 박사과정이 최초의 한국 정규대학생활인 셈이다. 한국사를 공부하는데 주산의 맥이 되어주시고 이 책을 펴내도록 용기를 주신 하우봉 지도교수님께 머리숙여 감사한다. 사학과의 하태규, 한문종 교수님께도 신세를 졌다. 최창조 교수를 이어 한국풍수학계의 희망인 김두규 교수님께서 풍수학을 눈뜨게 해주시고, 숱한 현장답사지도를 해주셨다. 풍수학인 선문대 최낙기 박사님께서는 현장답사와 자료제공으로 많은 도움을 주셨다. 한국 유학사를 새롭게 쓰실 이형성 박사님께는 수시로 한문원전 자문을 받아 늘 기댈 언덕이 되어주셨다. 그밖에도 일일이 거명하지 못하는 사학과와 전북대 이재연구소 학문도반들께도 많은 마음빚을 졌다. 현장답사시 많은 도움을 주신 후손들과 향토사학자들께도 이 지면을 빌어 감사함을 표한다. 초학자의 모자란 연구를 기꺼이 출판해주시는 한국학의 보루인 경인문화사와 직원들께도 감사드린다. 이 연구의 주 원전자료인 󰡔여암전서󰡕와 󰡔존재전서󰡕를 펴낸 곳도 경인문화사가 아니었던가. 감사할 따름이다. 평생 돈버는 일에는 취미가 없는 필자가 제2의 인생도 돈되지 않을 공부에 빠졌는데도, 기꺼이 밀어주는 아내와 아들딸에게도 감사와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환갑이 되어 조상님 뼈묻은 고향에 돌아와 한국적 서정성이 잘 담겼다는 이 싯구를 다시 보니, 하늘그물망 속에서 천지인이 어울려 살아가는 운중반월 사람을 노래하는 풍수시가였다.

당대에는 차별의 땅에서 사시며 큰 벼슬을 못하여 경륜천하의 기회가 없으셨지만, 위대한 사상과 천지인을 달통한 학문적 업적으로 우리의 사표가 되어 역사속에 영원히 사실 위대한 호남의 대학자 신경준, 위백규, 황윤석 세 분의 큰 스승께 모자란 이 책을 삼가 바친다.
목차
저자 서문

추천의 말

발 문

제1장 왜, 지금, 또 풍수사상인가?
1. 문제제기와 연구목적
2. 한국풍수학의 연구동향 개관
3. 연구내용과 연구방법

제2장 풍수사상의 이론체계와 시대적 변천
1. 풍수지리의 이론체계
2. 한국 풍수사상의 시대적 흐름
3. 북한 학계의 풍수관 : 인민들을 기만하는 사상적 도구

제3장 <이재난고>로 되살려본 조선후기 풍수학의 실상
1. 조선팔도를 누비던 전설의 풍수학인들
2. 풍수학 교과서와 풍수담론
3. 이기파와 발복풍수의 만연
4. 풍수와 장묘문화 : 풍수없는 장례없다
5. 민중판 풍수담론인 풍수설화

제4장 천지인을 달통한 이재 황윤석의 풍수사상
-착한 사람이 좋은 터를 만난다(吉人逢吉地)-
1. 호남제일명당에 살고지고 : 황윤석의 생애와 풍수지리
2. 황윤석의 풍수지리 인식
3. 황윤석 풍수관의 특징

제5장 존재 위백규의 실사구시 풍수학과 묘지제도개혁론
-천문지리를 손금 보듯 꿰뚫던 존재, 「원풍수(原風水)」를 쓰다-
1. 전설의 풍수 이의신과 교유한 위백규가의 풍수전통
2. 조선 풍수논설의 압권, 「원풍수」와 실학적 풍수인식
3. 산송의 폐해와 ‘묘지제도개혁론’
4. 위백규 풍수관의 특징

제6장 희세의 통유, 여암 신경준의 삼교회통과 풍수사상
- 스스로 묫자리를 잡은 여암, 풍수이론으로 한시창작법을 짓다-
1. 신경준의 회통(會通)사상과 풍수
2. 신경준의 풍수지리 인식
3. 신경준 풍수관의 특징

제7장 낮에는 유학 밤에는 풍수, 조선후기 실학자의 풍수사상
1. 호남파 실학자의 풍수사상
2. 풍수는 죄가 없다 : 실학자들의 ‘反풍수론’ 재검토
3. 성리학과 풍수학의 연결고리는 천지인합일과 천명사상
4. 예술세계를 관통하는 풍수사상
5. 조선후기 실학자의 풍수사상

제8장 요약과 결론

참고문헌

부록 1 : 영문초록

부록 2 : <이재난고> 속의 풍수설화 요약

찾아보기
저: 유기상
호남의 삼신산인 고창 방장산 아랫마을에서 태어났다. 고창고를 졸업하고 상경하여 막일을 하다가 9급 공채로 우체국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여, 주경야독으로 7급 공채, 행정고시(32회)에 합격하였다. 노동부, 내무부 등 중앙정부, 전라북도 문화관광체육국장, 전주시 문화영상산업국장, 익산시 부시장 등 광역과 기초지자체의 공직을 두루 거쳐 전라북도 기획관리실장을 끝으로 37년 공직을 마쳤다. 일본 가고시마대학에서 지방자치정책 전공으로 법학석사를, 전북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사 전공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 전통문화와 동아시아 문화의 심층을 읽을 수 있는 열쇠이자 하나 뿐인 지구를 살려낼 대안사상으로 풍수사상을 주목하여, 실학자의 풍수관을 연구하였다.

저서로 <일본발 지방자치 정책실험>, <실버산업을 잡아라>, <일본의 지방자치와 지역경영>, <고창사람 유기상의 꿈> 등이 있고, 주요 논문으로 「지자체 정책과 헌장조례」, 「한류의 지속화 산업화를 위한 한스타일산업의 육성방안」, 「지방 문화거버넌스 구축방안에 관한연구」, 「조선후기 호남파 실학자의 풍수인식과 풍수생활 : 황윤석, 위백규, 신경준을 중심으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