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도경』은 1123년에 고려를 방문한 송 사신단의 일원인 서긍이 귀국하여 고려에서 보고 들었던 것을 그림과 함께 적은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고려사』・『고려사절요』와 같은 조선 초에 편찬된 관찬 사서에서는 볼 수 없는 12세기 초 고려 왕조의 정치・경제・사회・문화와 고려사람들의 생활을 생생하게 알려주고 있다. 물론 서긍이 기록한 것 가운데 실제 사정과 다른 것도 적지 않아서 내용의 인용과 해석에 주의를 해야하는 부분도 있지만, 『고려도경』이 가지고 있는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다는 점에 대해서는 한국사 연구자 모두가 동의하는 바이다. 이처럼 『고려도경』이 중요한 사서이기 때문에 일찍이 한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국역을 하였고, 덕분에 여러 방면의 연구자들이 그 성과를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2000년대 들어 고려시대 전공 연구자들이 새로운 번역에 교감과 주석을 더하여 출간한 『고려도경』은 내용과 용어의 의미까지 알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