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상대학교 남명학연구소 남명학교양총서 33 |
도천서원 道川書院
김기주 저
10,000원
10,000원
판매중
경인문화사
종이 표지
기타
192쪽
2018년 5월 8일
9788949947471
책 소개
질문이 단순하다고 답마저 단순한 경우는 많지 않다. ‘인간적인 삶이란 어떤 것일까?’라는 물음도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아마도 이 물음이나, ‘인간적인 삶’에 대해서는 복잡하고 복합적인 조건 속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의衣・식食・주住’ 세 요소는 아마 무엇보다 먼저 충족되어야 할 조건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적인 삶 이전에, 그 삶의 토대가 되는 생존과 깊이 관련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의・식・주라는 세 조건 중에서도, ‘의’는 인간적 삶과 더욱 깊이 관련되어 있다. ‘식과 주’ 두 가지 요소보다, ‘의’에서 인간과 동물의 더욱 깊고 뚜렷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을 제외한 그 어떤 동물도 섬유를 사용하거나 의복을 착용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에서 의복이나 섬유 없는 인간적 삶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의복이나 섬유의 혁명적 변화는 목화의 도입에서 시작되었다. 그 이전 일반 서민들이 사용할 수 있었던 섬유는 매우 제한적이어서, 생존조차도 담보하기 어려웠다. 겨우 짐승의 가죽이나 삼베, 칡베 등을 사용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이점에서 목화의 도입 이전에는 아직 ‘인간적 삶의 조건’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이와 같은 섬유의 혁명적인 변화, 섬유와 관련된 ‘인간적 삶의 조건’에서 중요한 변화를 불러온 사람, 그가 바로 문익점이다.
물론 그의 역할은 이것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는 저술이나 문헌을 남기지 않았지만, 고려 말 이곡의 학문을 계승하면서, 성리학의 주요한 흐름에 자리 잡았다. 나라에서 효자비를 세웠을 만큼 집안에서는 효를 실천하였고, 조선이 건국되는 과정에서는 불사이군의 충을 실천하였다. 단순히 중국으로부터 목화를 도입한 공적 외에, 그는 성리학에 대한 이론적인 이해와 함께 그것을 실천하는 삶을 살았던 것이다. 도천서원은 바로 이와 같은 삶을 살았던 문익점을 기념하는 서원이다. 그리고 이 책은 ‘도천서원’과 그곳에 제향되는 문익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목표로 한다. 그가 도입한 목화가 우리의 역사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도천서원은 어떤 과정을 거치며 세워졌고 또 이건되거나 중건되었는지, 문익점을 비롯해서 그 동안 도천서원에서 제향했던 인물은 어떤 사람들이고, 이들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리고 현재 도천서원의 건축물은 또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교육이 반드시 교실이라는 특정 장소에서 교사와 학생의 관계 속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일 수 없다. 서원에서 한 인물을 제향하며 기념하는 것은 또 다른 형식의 교육이다. 기념의 방식으로 문익점과 같은 삶을 살아가도록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목표로 하는 도천서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역시 또 다른 방식으로 문익점을 기념하는 방식이자, 그의 삶을 닮아 가도록 권고하는 교육의 방식이기도 하다. 문익점을 통해 그리고 도천서원에 대한 이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나 자신을 더욱 깊이 이해하며, 성찰하고 성장시키는 계기를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이 책의 근본 목표라 말한다면 책의 가벼움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운 것이 될까?
과거 섬유는 수많은 과정을 거치고, 수많은 사람의 노력을 기울여야 겨우 얻을 수 있었다. 그런 까닭에 그것은 수고로운 것이었고, 또 수고만큼이나 귀한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날에 이르러 섬유와 의복은 너무 흔한 것, 큰 노력이나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얻을 수 있는 것이 되어버렸다. 자연스럽게 섬유의 가치에 대해서도, 문익점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도 소홀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문익점에 대한 이해로부터 섬유의 가치, 더욱 근본적으로는 인간적인 삶의 조건을 돌아볼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 소망해 본다.
목차
서 문


제1장 목면과 문익점
1. 목면과 인류문명
2. 목면의 종류와 원산지
3. 목면의 전파 과정
4. 목면이 바꾼 세상

제2장 도천서원의 역사적 전개
1. 도천사가 세워지기까지
2. 선양사업이 늦어진 까닭
3. 서원의 건립과 역사적 전개
4. 사액서원이 되기까지
5. 목면 도입의 공을 넘어서

제3장 도천서원의 제향인물
1. 목면으로 세상을 바꾼 문익점
2. 조식・이황과 벗으로 사귄 이원
3. 대나무처럼 속되지 않은 이광우
4. 빙상 같고 지주 같은 권도

제4장 서원의 건축물
1. 양덕문과 진입 공간
2. 시경당과 강학 공간
3. 삼우사와 제향 공간

제5장 읽어볼 관련 자료
1. 문치창의 「가전家傳」(『삼우당문집』)
2. 조식의 「삼우당문공묘사기三憂堂文公廟祠記」(『南冥集』補遺)
3. 이황의 「전조고좌사의대부문공효자비각기前朝故左司議大夫文公孝子碑閣記」(『退溪先生文集』卷四十二)
4. 이덕무의 「부민후富民侯」(『靑莊館全書』,卷68 「寒竹堂涉筆」)
5. 박사휘의 「단성건원기丹城建院記」(『삼우당문집』)
6. 오우상의 「성덕재기盛德齋記」(『삼우당문집』)


참고문헌
저: 김기주
계명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대만동해대학 철학연구소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계명대학교 타불라라사 칼리지에 재직하고 있다.
저역서로는 『서원으로 남명학파를 보다』, 『조선시대 심경부주 주석서 해제』(공저), 『심체와 성체 총론편』, 『유교와 칸트』(공역) 등이 있으며, 「기발리승일도설로 본 기호학파의 3기 발전」, 「이상사회에서의 일과 노동」 등 60여 편의 논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