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인한국학연구총서 170 |
17세기 淸의 지식인 '조선문화'를 만나다
정생화 (丁生花, Shenghua Ding) 저
20,000원
20,000원
판매중
경인문화사
양장
152*224mm(A5신)
284쪽
2019년 10월 31일
9788949948454
책 소개
이 책은 저자가 2015년 제출한 「청(淸) 강희(康熙) 연간 한림학사(翰林學士)의 ‘조선문화(朝鮮文化)’인식 연구」라는 박사학위 논문을 근저로 한다. 동아시아문화교류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던 차에 17세기 청나라의 지식인들에 의해 재발견된 역대 한국문화의 새로운 가치와 의미에 주목하였다.
만주족의 혈통을 가지고 태어난 강희제(康熙帝)는 치세 동안 대내적으로는 안정을 도모하고 대외적으로는 동아시아 문화제국(文化帝國)으로서의 위상을 떨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하여 강희제는 1678년 박학홍사과(博学鴻詞科)를 설치하여 문화정책을 폈으며 󰡔명사(明史)󰡕를 비롯한 국가적 편찬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였다. 이러한 조처는 조선문화에 대해 당대 한림학사들이 관심을 높이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국가적 편찬사업에 참여한 대표적 인물로는 “일대정종(一代正宗)”으로 불렸던 왕사정(王士禎)과 박사홍사과에 합격하여 한림학사가 된 주이준(朱彝尊), 우통(尤侗), 모기령(毛奇龄)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당대 일류 문학가이자 경학가(經學家)들이였다. 왕사정은 일찍이 김상헌(金尙憲)을 통해 동문조선(同文朝鮮), 의리조선(義理朝鮮)의 면모를 청 문단에 알린 인물이다. 이밖에 청 문사와 조선 사신과의 청연(淸緣)은 청의 지식인들에게 조선과의 동질성을 확인시켰고, 한편 손치미(孫致彌)의 조선 사행은 당대 조선의 한시(漢詩)와 풍속(風俗) 등 조선문화를 청 문단에 생생하게 전달하였다.
따라서 한림학사들로 하여금 조선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새로운 인식과 시각을 갖도록 해주었다. 이들은 󰡔고려사(高麗史)󰡕를 통해 고려의 역사와 만났다. 또한 ‘한관의(漢官儀)’와 ‘당악(唐樂)’ ‘송악(宋樂)’등 중국의 전통문화가 고려에 보존되어 있다는 데 주목하였다. 특히 조선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고가요(古歌謠)에 대해서 그 이채로움에 찬탄을 금치 않았다. 이러한 ‘조선문화’에 대한 관심은 한림학사들이 조선문화를 그들의 저술에 편입(編入)하여 전파하고 이를 또 작품으로 형상화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 비평(批評) 및 고증(考證)을 통해 조선의 풍속과 문물(文物)을 높이 평가함으로써 문(文)과 예악(禮樂)을 갖춘 문명(文明)의 나라로 조선을 노래하였다. 일면, 한림학사들은 조선의 개국(開國)에 대해 종계(宗繼) 문제를 들어 다분히 부정적인 인식을 표출하기도 하였다. 한편, 청의 지식인들이 지면을 할애하며 소개한 내용에는 고려와 조선의 문장가(文章家), 현인(賢人), 음악가(音樂家), 서예가(書藝家) 및 절의(節義)를 지킨 인물들이 있었으며, 명나라 사신들과 수창하며 교류한 조선 문인들의 시를 집성(集成)하고 시화(詩話)를 엮었다. 또한 조선 여성의 한시에 대해 비평을 가하거나 중국 황실(皇室)로 들어갔던 고려 여성을 고증하기도 하는 등 여성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강희 연간 한림학사들은 조선문화 중에서 특히 고려와 조선의 한시에 대해 관심이 높았다. 왕사정은 주로 ‘신운설(神韻說)’의 심미관(審美觀)에서 출발하여 시를 선발하였으며 주이준은 ‘시교(詩敎)’의 시학관을 바탕으로 하여 ‘관풍(觀風)’의 시각에서 한시를 집성(集成)하였다. 그리고 우통은
시의 ‘진(眞)’을 중시하였기에 조선의 악부시(樂府詩)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조선채풍록(朝鮮採風錄)󰡕을 편집한 손치미(孫致彌) 또한 여타 한림학사들과 같이 ‘당풍(唐風)’을 조선 한시 채집의 기준으로 삼았다.
이와 같이 청나라 지식인들에 의해 발굴되고 소개된 조선문화는 후대 중국과 조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 󰡔명시종(明詩綜)󰡕 이후 간행된 󰡔어제사조시(御製四朝詩)󰡕와 󰡔명시별제집(明詩別載集)󰡕 등은 한림학사들이 편찬한 한시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시선집으로 역대 한국한시 부분이 그 전범이 된 대표적 예이다. 18세기부터는 본격적으로 한림학사들의 저작(著作)이 필사본(筆寫本)에서 간행본(刊行本)으로 보급되면서 민간의 지식인들도 그 영향을 크게 받았다. 팽서숙(彭端淑)의 󰡔명인시화보(明人詩話補)󰡕, 여금(余金)의 󰡔희조신어(熙朝新語)󰡕 등은 강희 연간 한림학사들이 수록한 조선 한시와 역대 문화 교류의 기록을 계승한 것이다. 또 19세기에는 동문환(董文渙)이 더욱 풍부한 조선의 시문집인 󰡔조선시록(朝鮮詩錄)󰡕을 완성하는 등 동아시아문화교류사에 중요한 업적을 이루었다.
그 움직임이 바로 朝廷에서는 󰡔별본: 동문선(別本: 東文選)󰡕을 편찬하여 중국에 보낸 일과, 홍대용(洪大容)과 민백순(閔百順)이 󰡔해동시선(海東詩選)󰡕을 편찬하여 엄성(嚴誠), 육비(陸飛), 반정균(潘庭筠) 등에게 보낸 사적을 들 수 있다. 이를 이어 박지원(朴趾源), 이덕무(李德懋) 등 북학파(北學
派) 문인들 역시 연행(燕行)에서 중국 문사들과 만나 필담(筆談)을 나누고 교유하면서 조선문화를 적극적으로 청 문단에 소개하였다.
다른 한편 강희 연간 대가(大家)들의 서적이 조선으로 들어오면서 이의현(李宜顯)을 필두로 중국 문헌에 기록된 자국 문화에 관심이 높아졌고 더 나아가 이를 고증하기 시작하였다. 박지원 등은 강희 연간 한림학사의 저술에 보이는 오류를 적시한 바 있으며, 이서구(李書九)는 󰡔강산필치(薑山筆豸)󰡕를 저술하여 잘못 소개된 조선의 한시를 바로 잡았다. 한편 한치윤(韓致奫)은 󰡔해동역사(海東繹史)󰡕를 편찬하여 중국 문헌을 통한 한국사(韓國史) 구성을 시도하였다.
이렇듯 17세기 강희 연간 한림학사들이 조선문화에 대한 관심의 일환으로 한중 문화교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중국에서는 조선의 한시를 위시하여 조선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기록이 확대되었으며 조선에서는 이들의 저술을 통하여 자국 문화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더 나아가 18-19세기 한중 문사들의 활발한 지적 교유와 “동아시아의 문예공화국” 현상은 바로 강희 연간 일어났던 이러한 문화 현상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연행에서 본 북학은 조선에서 가지고 있었던 기존의 고정 관념을 깨고 서학을 배우자는 데 있었다. 21세기 오늘날 다양한 문명과 의식 체계와 국익을 내세운 이익집단은 새로운 지각 변동을 꾀한다. 이 속에서 국제문화 교류도 새로운 국면과 도전에 직면하였다. 동아시아 漢문화권에서 이룩한
문화의 정수와 서양 문화의 정수는 인류문화발전에 더없이 소중한 보물들이다. 때문에 융합과학의 시대에서 정치, 외교, 경제, 사회의 미래 지향적 정책과 문화가 함께 발전되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로써 본 연구가 세계문명의 발전에 필요한 글로벌 문화교류의 장을 열어가는 데 작은 기여가 되길 희망한다.
목차
서문


Ⅰ. 서론

Ⅱ. 17세기 조선문화 접촉의 배경
1. 翰林院의 성격과 편찬사업
1) 淸初 翰林院의 연혁과 직무
2) 康熙 年間 翰林院의 편찬사업
2. 조선 문인과 淸 문인의 淸緣
1) 金尙憲과 王士禎의 인연
2) 鄭太和와 魏際瑞의 교유
3. 翰林學士의 使行과 採詩
1) 朝鮮 使行과 朝鮮 漢詩의 採集
2) 雅會와 朝鮮文化에 대한 관심

Ⅲ. 조선의 歷史와 文化에 대한 인식
1. 歷史와 風俗
1) 󰡔高麗史󰡕와 고려 역사에 대한 인식
2) 조선 개국에 대한 시각
3) 조선의 風俗과 文物에 대한 이해
2. 歷史와 人物
1) 文章家와 儒學家의 부각
2) 節義 인물에 대한 高評
3) 明과 교류한 조선 문인의 소개
4) 여성에 대한 관심과 照明
3. 禮樂과 古歌謠
1) 高麗 禮樂의 尊崇
2) 新羅 歌舞와 高麗 歌謠에 대한 관심

Ⅳ. 朝鮮 漢詩의 選錄과 비평 양상
1. 王士禎: 神韻說과 朝鮮 漢詩의 選詩
2. 朱彛尊: 觀風과 朝鮮 漢詩의 集成
3. 尤侗: 眞의 重視와 조선 樂府의 소개
4. 孫致彌: 朝鮮 漢詩의 採錄과 󰡔朝鮮採風錄󰡕

Ⅴ. 조선문화 인식의 영향과 의의
1. 18~19세기 청 문단에 끼친 영향과 의의
2. 18~19세기 조선 문단에 끼친 영향과 의의

Ⅵ. 결론


부록

참고문헌
저: 정생화 (丁生花, Shenghua Ding)
지린 안투 도안구 출생.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YUST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선과 明淸의 문화교류연구를 시작으로 한국문화의 세계화로 그 무대를 넓혀 한국학 분야를 탐구
하고 있다.

주요 논저로
『朱之蕃의 조선사행과 한중문화교류』, 『尤侗의 「조선죽지사」에 대하여』,
『朱彝尊의 조선문헌 발굴과 활용 연구(朱彝尊對朝鮮文獻的發掘与運用考)』,
『康熙文壇에서의 조선 여성문학에 대한 關心과 그 影響』등이 있으며
역서로
『한국문집총간편람(韓國文集叢刊便覽)』(공역),
『춘향전(春香傳)』, 『식물들의 사생활(植物的私生活)』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