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임진왜란 연구의 대가, 기타지마 만지[北島万次] 선생의 1주기를 맞이하여 개최한 한일국제학술회의 <근세 한일관계의 실상과 허상 – 약탈과 공존, 전쟁과 평화>를 단행본으로 엮은 것이다. 2018년 5월 타계한 기타지마선생은 평소 임진왜란연구의 기본방향을 ‘侵略認識의 역사관’ ‘史料中心의 역사관’ ‘地域과 民衆의 생각하는 역사관’으로 일관했다. 그리고 기회 있을 때마다 후배 역사연구자들에게 “民族이라는 틀을 초월해 개개의 사실에 대하여 공통된 역사인식을 깊이 있게 만들어 가는 것, 이것이 우리들 歷史硏究者의 使命이다. 나는 이런 생각으로 韓國硏究者와 함께 해왔고, 日本歷史硏究者들과 交流를 만들어 왔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발간한 《北島万次, 임진왜란 연구의 재조명》이 기타지마선생의 역사관의 성과물이라 한다면, 이 책은 후배 역사연구자들의 성과물이라 할 수 있다. 《北島万次, 임진왜란 연구의 재조명》에서는 제1편 임진왜란의 역사적 성격, 제2편 진주성전투와 사천해전, 제3편 임진왜란과 지역민중, 제4편 한중일 사료속의 임진왜란으로 구성하여 그의 역사관을 재조명했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그의 후학들이 중심이 되어 한일 양국 연구자들의‘交流의 場’을 만들었다. 기타지마선생은 지난 40년간 <朝鮮王朝實錄輪讀會>를 통해 많은 한일역사연구자들을 배출했다. 이 단행본은 윤독회에 참가했던 양국의 연구자들 가운데, 조선시대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조선시대 한일관계의 키워드인‘倭寇’ ‘三浦’ ‘壬辰倭亂’ ‘通信使’ ‘征韓論’을 ‘약탈과 공존’ ‘전쟁과 평화’라는 관점에서 집대성했다. 그리고 부록에 기타지마선생을 추모하는 글 2편을 실었다. 한국연구자와 일본연구자가 발표와 토론을 번갈아 가며 ‘民族이라는 틀을 초월해 개개의 사실에 대하여 공통된 역사인식을 깊이 있게 만들어 보려고 노력’했다. 기타지마선생의 염원이 얼마나 이루어져가는가의 가늠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