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서는 위정척사운동의 비조인 이항로의 척사사상 형성에 크게 영향을 끼친 학문적 배경을 밝히고, 전통적인 성리학설이 어떻게 이론적으로 척사사상을 뒷받침했는지를 검토한 것으로 이를 통해서 지금까지 알려진 조선 유학사상사 기술의 일반적 경향과는 다른 필자 나름의 문제의식을 피력해보고자 엮어진 책이다. 척사운동에서부터 의병전쟁에 이르기까지 그 운동의 사상적 기조를 형성했던 이항로의 존화양이론과 소중화론은 군사력과 산업력이 필요했던 병인양요 당시부터 한국이 일본제국주의의 식민지가 되기까지, 당대에는 실질적인 힘을 발휘할 수 없는 관념적인 것이었다. 조선이 ‘夷狄’보다 문명국이라는 자부심은 객관적인 실력의 비교가 수반되지 않는 한에 있어서는 스스로를 자위하는 최선의 최면술에 불과하였다. 그 최면은 서양의 발달된 과학기술에 의해서 심하게 동요되었고, 왜양일체론적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하던 일본에 의해서 완전히 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지금 다시 이항로의 척사사상을 주목하는 것인가? 그것은 척사사상이 조선후기의 심설과 연관성을 맺고 있는 점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道學과 義理思想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