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점을 통해 미리 길흉화복을 점치고 악운을 막고 행운을 비는 점성술은 지역과 시대를 넘어 어디에서나 존재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출발한 점성술은 그리스로 다시 인도로 전파되어 라후와 계도라는 상상 속의 별을 더해 아홉 개의 별로 운명을 점치는 새로운 점성신앙인 구요 신앙(九曜信仰)을 탄생시켰다. 관련된 소재 신앙(消災信仰)은 지역과 형태를 달리하며 민간 풍습으로 남아 있는데, 한국의 처용 신앙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하늘의 변화를 통해 나라의 운명을 점치던 동아시아의 천변 점성문화에서 개인의 미래를 예측하는 서역 숙명 점성학의 전래는 혁신적인 사건이었다. 인도 구요 신앙은 중국 북극성 신앙과 결합하여 불교 성수신앙인 치성광여래 신앙을 탄생시켰고 9세기 중반 전후로 한반도에도 그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리 조상들은 밤하늘의 별에게 건강과 자손을 기원하며 운명을 물었다. 하지만 그 형태가 조직과 체계성을 갖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미신으로 금기되었다. 그러나 ‘영성’과 관련된 신앙이 교학적 배경을 갖춘 종교 신앙으로 변화하게 된 계기는 구요 신앙을 배경으로 하는 치성광여래 신앙이 한반도로 전래 된 이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교 미술은 신앙과 철학, 의례가 복잡하게 얽혀 만들어진 종합적인 결과물이며 그 가운데 신앙의 형태는 종교 미술인 불화(佛畫)의 조성에 중요한 배경이 되기 때문에 작품의 분석에 앞서 꼭 선행되어야 하는 연구 과제이다. 치성광여래 신앙은 대중의 기호에 따라 성격을 달리하며 전승되어 불화(佛畫)의 도상이라는 구체적 양상을 통해 살펴보았던 일련의 결과들이 문화의 뿌리와 그 전개 과정을 알 수 있는 흥미로운 주제이다. 본서에서는 한반도 성수 신앙을 주제로 삼아 미술 작품을 통해 논지를 펼쳐 나갔던 저자의 논고 가운데 신앙의 성립과 전래, 한반도에서의 전개 과정을 다룬 글들을 보충하고 수정하여 일반인이 접근하기 쉬운 해석을 더해 풀어간다.
목차
머리말 별에게 운명을 묻다
Ⅰ. 치성광여래 신앙의 연원 1. 신앙의 뿌리 – 인도 구요(九曜) 2. 구요, 불교 호법선신으로의 변화 3. 중국으로 전래된 인도의 구요 신앙
Ⅱ. 치성광여래 신앙과 도상의 생성 1. 중국의 새로운 불교 성수 신앙 2. 치성광여래 신앙의 성립 시기 3. 중국 치성광여래 도상의 생성과 전개
Ⅲ. 서역 점성 신앙의 수용과 전래자– 처용의 도래 1. 서역 점성 신앙의 한반도 유입과 시기 2. 치성광여래 신앙과 도상의 전래자 3. 이슬람 라후, 신라의 처용이 되다
Ⅳ. 고려의 치성광여래 신앙과 〈치성광여래강림도〉 1. 고려의 구요 본명 신앙 2. 그림으로 전해진 고려의 본명 신앙 – 재앙을 물리치는 행운의 상징, 〈치성광여래강림도〉 3. 탑을 조성해 나라의 재앙을 소재하다 – 경천사 십층 석탑 소재회도
Ⅴ. 치성광여래 신앙과 도상으로 살펴본 조선의 본명 신앙 1. 구요의 자리를 칠성이 대신하다 2. 칠성각부도(七星各部圖)로 살펴본 불교의 본명 신앙 3. 도교 성수 신앙의 영향과 수성노인 4. 풍습에 녹아든 서역의 점성
참고문헌
저: 정진희
동아대학교 사학과 졸업한 후 동국대 대학원에서 불교회화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으로 재직 중이며 현재 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 경기도 문화재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 공동 저서 『德崇山 修德寺』, 『空 - 鳳尾山 神勒寺』, 『옛사람들의 삶과 꿈』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