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 인생 여정에 76년을 카메라와 함께 했다면 이 또한 기네스북에 올릴만한 대 기록이라 하겠다. 중국 조선족 촬영예술계의 제1대 원로 황범송(黄范松) 선생이야말로 그 기록의 주인공이다. 이 책은 황범송 선생이 한평생 카메라에 담은 주보중, 여영준, 문정일, 주은래, 호요방, 등소평, 강택민, 호금도, 김일성, 임춘추 등 연변자치주와 인연이 있는 항일투사와 주요 정치지도자들의 모습을 공개한다. 황범송은 촬영업계에서 가장 오래 일하고 가장 많이 가장 ‘넓게’ 일하고. 가장 ‘깊게’ 일하면서 가장 많은 사진을 제작하고 가장 많은 사진을 보유하고 가장 많은 사진을 제공하고 가장 많은 화집을 펴낸 사진가이다. 중국, 한국과 조선 등 중국 조선족의 역사와 생활, 인물들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책 속으로_
사흘째 되는 날 졸업사진을 한 장씩 받아보고 나서 그 ‘콧수염아저씨’가 더 신기한 존재로 느껴졌다. 4년을 함께 지낸 눈에 익은 친구들의 모습이 신통방통하게 사진에 담겨 있다. 맙소사! 세상에 이런 희한한 일도 있단 말인가! “나도 장차 사진 찍는 사람이 될 거야…” 어린 소년의 마음에 소박한 꿈이 생기는 순간이다. 워낙에 짓궂은 놈이라 며칠째 고민하던 끝에 ‘사진 찍는 사람’이 되려는 꿈을 안고 정처 없는 방랑길에 오른다. -7p
중국 조선민족의 문물은 조선족민속학의 유기적인 구성부분으로서 조선민족역사의 견증일 뿐만 아니라 조선족의 역사를 연구함에 있어서도 홀시할 수 없는 중요한 물증임을 황범송은 누구보다 일찍 터득하였다. 그는 선후로 연변박물관에 3만여 점, 연변당안관에 3만여 점, 중국공산당 연변주위 당안실에 4만여 점의 진귀한 사진자료를 남겼고, 자신의 자택에도 3만여 점의 사진자료를 보존하였다. 그리고 거의 무상으로 사회에 제공하여 활용케 하는 ‘나눔 인생’을 실천하였다. -130p
황범송은 『연변일보』 촬영기자, 연변박물관 전직촬영사, 연변 주당위 판공실 전직촬영사, 를 역임하면서 당과 국가의 지도자들이 연변 시찰하는 발자취를 거의 단독으로 기록하는 행운을 누렸다. 그가 촬영한 부총리 이상 중앙지도자만도 50여 명에 달했다. 이는 조선족 촬영계는 물론 중국 촬영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었다. -201p
하지만 황범송은 그런 눈앞의 명예나 이득 같은 것에 연연하지 않았다. 늘 말없이 묵묵히 사명감을 갖고 본인이 해야 할 일에만 전념하면서 무릇 그것이 우리 민족 역사의 한 순간을 포착한 사진이라면 모두 찾아내어 데이터화하였다. 주변에서 내로라하는 촬영가들이 예술사진촬영에 열을 올리면서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알리기에 연연할 때 황범송만은 오히려 신문사진과 역사사진 수집정리에 온갖 정력을 쏟아 부으며 먼 곳에 시선을 두고 여유롭게 움직였다. 그는 큰 틀에서 자신만의 아름찬 행동계획을 세워놓고 말없이 묵묵히 소신을 다하면서 자기만의 행복감에 도취되어 있었다. 누구도 걷지 않는, 아니 걷지 않으려는 자신을 한없이 내려놓아야만 완주가 가능한 그 길을 외롭게 걸어왔다. -327p
목차
책을 펴내며
제1장 곡절 많은 어린 시절 북간도로 이주하다 유별난 ‘모험가’ 황화순 송눈평원으로 가다 꿈을 찾아 떠난 방랑소년 눈물겨운 피난길
제2장 금강사진관 학도시절 국자가에서의 황 씨 일가 활약하는 청년동맹 맹원 금강사진관을 찾은 ‘불청객’ 김몽훈 문하에서 사진을 배우다 ‘성장판’이 열린 젊은이 전선원호에 나서다 드디어 내린 용단 중화인민공화국 설립 경축대회 “너 그렇게도 자신을 못 믿겠니?!” 8급 기사 자격증 고급저택과 바꾼 사진기
제3장 두 발로 뛰는 사진기자 “이참에 신문사에 오지 않겠소?” 맨주먹으로 시작한 기자사업 “어디 한판 붙어보자!” 연변자치구 창립의 나날에 모직중산복 발로 뛰는 카메라맨 점으로 면을 이끌다 비운의 연대를 넘어 ‘물쇠고기’ 일화 부친 황화순의 뒷이야기 ‘문화대혁명’의 세례
제4장 ‘보물 자료’를 찾아 떠난 9만리 행보 역사자료와 유적 촬영에 대한 진지한 탐구 못 말리는 직업의식 항일투사 여영준과 함께 한 항일유적지 답사 당안관과 도서관에서의 조사활동 발해 정효공주묘 발굴사업 농업박람회에 내놓은 22미터 거폭의 사진 총구멍 앞에서 지켜 낸 사진 왕일지(王一知) 여사를 찾아서 진귀한 사진에 깃든 이야기 북경 사진견학단 곤명견학단 60여 년 만에 발견된 비밀편지
제5장 행운의 카메라맨 당과 국가의 주요 지도자를 촬영 연변에 38시간 머문 주은래 총리 장백산에 오른 등소평 주석 연변을 두 번 찾은 호요방 총서기 강택민 총서기 연변 시찰 일화 김일성 주석과의 얽히고 설킨 이야기 아메리카대륙을 들썩이게 한 사진전
제6장 연변자치주 70년사에 남긴 발자취 그가 포착한 역사적인 순간들 화집1: 『연변조선인민 사진책』 화집2: 『연변조선민족자치구 화집』 화집3: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 화집4: 『연변조선족자치주 성립 10주년 경축대회 기념특간 1952--1962』 화집5: 『연변』 화집6: 『당대 중국 조선족』 화집7: 『연변 50년』과 『연변 60년』 화집8: 『장백산 유람』 화집9: 《중국연변조선족역사화책》 외 다수
제7장 생(生)에 빛이 되어준 사람들 조선의용군 대원 문정일(文正一)이 기증한 사진기 김진호와의 모호한 인연 강찬혁과의 야릇한 인연 약속을 어긴 동갑내기 김홍국 김몽훈의 또 다른 제자 김세문 제8장 최후의 승자는 그였다 마지막 동반 촬영과 대화 연변사진계에 남긴 발자취 외길 인생이 남긴 사진을 한 장 한 장 선별하며
제9장 추모와 작품세계 연변촬영가협회가 낸 부고(訃告) ‘딸 바보’ 아버지를 회억하며 카메라와 더불어 칠십 성상 - 연변촬영계의 원로 황범송 외삼촌을 회억하며 황범송 선생님을 추모하며 약속을 어긴 사람 황범송의 작품세계 한국 사진학계의 평가 - 황범송 사진의 사료로서의 가치
황범송 연보
저: 김창석(金昌錫)
1961년 중국 길림성 화룡에서 출생해 연변대학 조선언어문학학부를 졸업했다. 중국조선족소년보사 기자부 주임, 연변인민출판사 발간 『소년아동』 부주필, 연변인민출판사 상하이(上海)지사장을 역임했다. 2021년 정년퇴임해 현재 (사)연변단풍수필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정판룡의 이야기』, 『동방명주를 빛낸 사람들』, 『중국 영화황제 김염』, 『해란강의 아들』(중문) 등이 있고, 편찬도서로는 『중국조선족백년실록』(10권), 『구술 연변 65년』(3권), 『연변황소백년아리랑』 등이 있다.
저: 이광평(李光平)
함북 경성군 출신인 부모님이 1939년 봄 용정으로 이주하면서 1944년 중국 연길현 개산툰에서 출생했다. 1972년 조양공사 방송소에 근무하면서 1975년 처음으로 사진과 인연을 맺었고, 1986년부터 2000년까지 용정시문화관 관장과 용정시문화예술센터 부주임으로 활동했다. 1999년 10월 길림성 왕청현 하마탕 집단이주마을 촬영을 시작으로 10년 간 오토바이를 타고 7만km를 달려 화룡현, 안도현, 왕청현 등 연변 7개 현과 시, 32개 향과 진, 94개 촌의 500여 명 집단이주민을 촬영하고 구술채록 작업을 했다.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용정3.13기념사업회 회장을 지냈고, 현재 중국조선민족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와 공저로 『만주로 건너간 조선인들-사진으로 더듬는 기억과 흔적』, 『만주에 이주한 전라북도 사람들의 정착과 귀환』, 『중국조선족역사사진자료집』(4권) 등이 있다.